삶이 무너지고, 언어가 억눌리며, 감정조차 사치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를 버텨낸 문학》은 일제강점기라는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감정을 끝내 놓치지 않았던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가난 속에서 사랑을 지켜낸 이들, 침묵 속에서 양심을 부여잡은 이들, 이름 없이 살아가며 시대를 견딘 민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서해, 채만식, 현진건, 조명희—
그들이 써내려간 문장은 시대를 견뎌내는 힘이었고, 이제는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기록이다.
‘그 안에 사랑과 고통’이 있었기에, 이 문학은 살아남았다.
최서해 (1901~1932)
만주 벌판에서 태어난 빈민 출신 작가. 생존의 경계에 선 민중의 삶을 거칠고 생생한 문체로 그려냈다. 「탈출기」「홍염」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수록된 「기아와 살육」에서도 굶주림과 폭력이 지배하는 도시 빈민의 현실을 처절하게 묘사한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피어난 문학. 그것이 최서해였다.
조명희 (1902~1938)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스트 작가.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했으며, 혁명적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대표작 「낙동강」은 일제 치하 농촌의 비극과 생존의 사투를 압축한 걸작이다.
문학으로 민중의 편에 섰던 투사이자 시인이었다.
현진건 (1900~1943)
서정성과 사실주의를 동시에 지닌 작가.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에서 도시 소시민의 고단한 삶을 그렸으며, 「빈처」에서는 가난한 신혼부부의 애틋한 일상을 절제된 문체로 담아냈다.
작은 일상 속에서 시대의 고통을 길어 올린 이야기꾼.
채만식 (1902~1950)
풍자와 현실 인식이 뛰어난 작가.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민중, 그리고 인간 군상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민족의 죄인」은 친일과 양심, 반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작가 자신의 고백처럼 풀어낸 작품이다.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았던 냉정한 관찰자.